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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 범죄 영화 <밀수> 소개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님의 12번째 장편입니다. 전작 모가디슈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입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는 조인성 배우가 출연했다는 점 이외에도 밀수에 대해 흥미로웠던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가수 장기하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입니다. 본인피셜 영화 음악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살펴보니 영화에서 가사가 나오는 기성 곡들은 모두 류승환 감독이 미리 지정해 놓은 곡이라고 합니다. 가사가 없는 곡들이 장기화가 작곡한 음악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의 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꽤나 독특한 리듬과 호흡으로 끌고 나가는 영화입니다. 왠지 모르게 류중환표 해양 서부극이라는 표현이 뇌를 한 발 더 밀고 나가 해저에서 벌어지는 해녀들의 액션 시퀀스도 심박했습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어디서 본 적 없는 그림이라는 인상이 짙게 들기도 했습니다. 유승환 감독의 전작들도 많이 떠올랐습니다. 두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측면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그 시절 감성의 영화라는 측면에서는 다치마리 같은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고 호텔에서 펼쳐지는 권상사팀과 장도리 패거리의 액션 시퀀스는 짝패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아무튼 밀수의 표충에서 가장 돋보이는 키워드는 단연 진숙과 춘자의 워맨스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종료 후에 춘자의 정체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등장인물

밀수는 진숙과 춘자라는 캐릭터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영화로 느껴집니다. 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비롯하여 머리색, 상징, 담배를 경유한 연기, 의미, 별말 해석, 수직과 수평,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더에 대한 감독의 코멘트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채롭습니다. 밀수는 진숙과 춘자 두 인물의 관계가 중요한 영화로 보입니다. 사실 영화도 그 두 인물에게 상당히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숙과 춘자 외의 다른 해녀들에게는 많은 대사와 특징적인 캐릭터를 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튼 밀수는 진숙과 춘자의 관계가 회복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춘자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믿던 진숙이 친구의 진심을 알게 되어 다시 우애를 쌓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영화의 끝자락 조금 묘한 장면이 나옵니다. 권상사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고 춘자는 다이아를 가지고 권상사를 찾아갑니다. 물론 그냥 가볍게 넘길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둘 사이에는 정말로 로맨스가 있었던 것일까 둘은 사실 한 팀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춘자는 과연 어느 편에 속한 것일까 혹은 어느 편에 얼마씩의 지분으로 속해 있는 것일까 그녀의 진심은 무엇일까? 등등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슈퍼 우먼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메인 남성 캐릭터들인 장도리, 권상사, 이 계장은 모두 빌런에 속합니다. 해녀 팀과는 대조적인 캐릭터 구성일 것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진숙의 남동생과 아버지가 사망합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장도리와 이계장입니다. 장도리와 이계장은 비유적 의미에서 진숙의 남동생과 아버지의 대리자처럼 보입니다. 밀수를 요약하면 가세를 기울게 하는 집안의 나쁜 남성들을 물리치고 비로소 오롯이 선장으로
선 여성의 이야기쯤 되는 것입니다. 다채로운 춘자의 머리 변화는 검은 머리라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인물에 대한 영화적 표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밀수는 춘자라는 인물에 대해 양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의식은 담배라는 키워드를 통해서도 표현되고 있습니다. 밀수의 담배는 역시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괄하는 장치로 보입니다. 담배는 진숙의 아버지가 하늘을 바라보며 어업이 예전만 못한 것에 대한 걱정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이 계장이 고마담을 폭행한 뒤 분노로 머금으며 태운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담배는 의미로 확장시키면 하얀 연기가 될 텐데 연기는 영화 초반 바다를 오염시키는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악한 연기이기도 하고 영화의 끝자락 진숙이 되찾은 아버지의 선박, 맹룡, 호위 머플러에서 뿜어져 나오던 희망의 연기이기도 합니다. 중개인 삼촌은 다방에서 진숙과 춘자에게 금괴 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때 그는 담배를 피울락 말락 반복하더니 비로소 불을 붙일 때는 라이터가 동작을 하지 않습니다. 이때 고마담이 성량을 가져다 줘서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됩니다. 악인이라고 볼 수도, 선인이라고 볼 수도 없는 이에게 영화가 담배로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밀수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 캐릭터는 두 명입니다. 춘자와 꼬마. 춘자는 직접적인 장면들이 꽤 있었습니다. 고마담은 불확실하지만 담배를 태우는 장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장돌이가 양담배를 선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두 인물은 담배가 품은 의미와 꽤나 잘 어울립니다. 긍정일 수도 있고 부정일 수도 있는, 혹은 선인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악인일 수도 있는 캐릭터니까 사실 영화에서 그녀들이 하는 행동들이 모두 옳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밀수의 춘자와 진숙의 화해는 완전하다고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진숙이라는 인물도 순자와 마찬가지로 대척점에 있는 두 속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진숙은 우직하고 동료를 살뜰히 챙기는 리더이면서 동시에 주변 환경을 필터링할 자정 능력이 없는 리더이기도 한 것입니다. 좋다면 좋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지 않은 우두머리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화는 왜 이렇게 춘자와 진숙에게 모순적인 캐릭터를 부여했을까 그것이 바로 창작자 류승완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류승환은 두 개의 진실이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정치, 사상, 이념 등등뿐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속성도 그렇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차가운데 선을 넘지 않는 사람도, 따뜻한데 이상하게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듯이 말입니다. 창작자의 이러한 의식이 춘자와 진숙의 캐릭터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이 들기도 합니다.

한줄평

춘자는 배신자인가 진숙은 좋은 리더인가? 그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이렇게 답하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다 보니 진실이 두 개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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