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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 <귀공자> 소개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를 소개합니다. 사실 박훈정감독은 원래 각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 거래나 김지훈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같은 작품들의 대본을 이분이 쓰셨습니다. 그러한 정체성 때문인지 감독님이 연출한 모든 영화들은 모두 본인이 집필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박훈정 감독은 작가 감독인 것입니다. 귀공자가 코미디가 군대 군대 섞인 느와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그 저류에는 작가의 의식은 세계관이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다소 이분법적으로 접근을 해보면 귀공자는 마르코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아버지의 세계와 어머니의 세계가 부딪히는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국가로 나눈다면 아버지의 세상은 한국, 어머니의 세상은 필리핀이 되겠습니다. 전자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려는 암투가 녹아 있는 곳이니 죽음의 아우라와 어울릴 것이고 후자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마르코는 무슨 일을 해서든 살아남아야 하니 삶이 영향을 주는 세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당연히 후자를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근거가 될 만한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마르코는 수술 직전 마취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 그가 마취에서 깰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꿈 때문이었는데 필리핀의 열대 흐름을 걷고 있는데 엄마의 음성이 들리는 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필리핀, 즉 엄마가 그를 살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영화의 끝자락 저택에서 탈출할 때 귀공자는 이제 곧 시작될 전투를 대비해 마르코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타갈로그 어로 의사를 전달합니다. 아무래도 적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겠죠 그러니까 어머니 쪽 모국어인 필리핀의 언어가 마르코를 살린 것입니다. 코피노는 정체성 역시도 아버지의 세계와 어머니의 세계에서 다르게 다뤄지는데요. 전자의 세상에서는 잡종이라고 무시 당하는 데 반해 후자의 세계에서는 보호받아야 할 불쌍한 아이들로 그려지고 있습니다.물론 모든 코피노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창작자가 결손 가정이 된 코피노의 비극을 한국인 아버지의 문제로 진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우선 극중 마르코의 아버지는 마르코를 버렸고,
이뿐만 아니라 실제로 필리핀에서 성매매 등에 불법적인 행위로 아이를 잉태하게 한 뒤에 본국으로 돌아가 잠수를 타버리는 무책임한 아버지들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말하자면 귀공자는 코피노라는 착점으로 시작해 부의를 배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권력 지향적이고 무책임한 남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깔고 있는 용어로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북개와 대척점에 있는, 그러니까 엄마의 나라에 속한 또 다른 이와의 연대를 대안으로 제기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귀공자와 마르코의 브로맨스일 것입니다.
박훈정 감독이 이 영화에 작가로서 깔아놓은 두 가지 테마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 브로맨스가 바로 그 두 번째입니다. 귀공자는 마르코와 첫 대면을 했을 때, 본인을 친구라고 소개합니다.처음에는 그냥 사이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사건의 막바지에 이르니 그는 실제로 조력자이자 구원자였습니다.심지어 귀공자가 이런 일을 벌인 내막에는 코피노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그러니까 이들의 관계는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인 신세계의 정청, 이정재의 관계와 결이 유사한 것이, 둘은 말 그대로 브라더인 것입니다.이러한 관점에서 흥미로운 구도가 있는데 바로 한의사대 귀공자의 구도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귀공자가 자신을 납치한 이들을 처단하는 시퀀스입니다.이때 그는 송곳 같은 것을 들고 쓰러진 적에게 심장을 도려내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합니다.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귀공자는 동생의 심장을 적출하려는 한의사와 적의 심장을 파내려는 귀공자가 한 판 뜨는 영화입니다.말하자면 마르코의 입장에서 두 형이 있는 것인데요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한의사라는 형과, 자신을 친구라고 소개하며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곱상하게 생긴 귀공자라는 형이 있는 것입니다.한의사 귀공자 외모 또한 의도적인 스타일링을 한 것 같은데요 한의사는 수염을 길러서 남성미를 두드러지게 했고요 귀공자는 하얗고 늘 거울을 탐닉하는 등 다소 여성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한 마치 조닉 시리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영화의 마지막 전 귀공자와 한의사 모두 얼굴에 피칠갑을 하게 되는데요 이것은 얼굴에 피를 뒤집어 쓴 마르코의 모습과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마르코는 자신처럼 피를 떡칠한 두 형 중에 한국인 형이 아닌 코피노 형과 최종 원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귀공자와 마르코의 관계에 대해 브로맨스를 넘어 큐어적인 색채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두 인물이 동성애자라는 뜻은 전혀 아니고요 마치 변성현 감독의 불안감 속 재호와 현수처럼 아주 옅게 그런 뉘앙스를 깔아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파편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말씀드리면요 한 이사 측은 기다란 샤권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데 반해, 귀공자 측은 상대적으로 짧은 권총을 사용합니다. 귀공자와 마르코 사이에 쫓기는 추격의 시퀀스가 부여되는데 쫓는 쪽인 귀공자의 행복한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단순히 사력을 위한 추격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이죠. 무리한 표현이지만 일종의 사랑 싸움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뛴 박질을 하던 귀공자가 멈춰 서는 순간이 있는데 깜깜한 터널을 지나 마침내 소나기라는 물의 이미지가 등장할 때입니다. 또한 귀공자는 수술대 위에 마르코의 발가 벗겨진 하체를 목격한 뒤에 민망하니 수술복을 입으라고 말을 하고 끝내는 마르코의 부축을 받으며 어깨 동무을 하는 일종의 스킨십을 하면서 그 곳을 빠져나옵니다. 이런 관점으로 계속 밀고 나가보면 마르코에게 운전을 맡긴 뒤에 이루어지는 귀공자의 대사들도 현실이 다르게 들리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차량의 외부만 비추고 있고요 좀 더 뒤로, 좀 더 뒤로 거기 아니야 등등의 대사가 청각적으로만 들려오니까 그 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알 수 없게 연출이 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이런 성적 기호들은 결국에는 프로이트의 세상이 곁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이 영화가 주목하는 남성들의 유아적 성, 감수성 그로 인해 발현된 코피노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장점과 단점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캐릭터 라이징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귀공자일 것입니다. 귀공자는 전반적으로 쿨한 무드가 흐르는 영화입니다. 그것은 귀공자라는 인물로부터 출발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김선호 배우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시무시한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나쁜 놈은 아닐 것 같은 오래 기억이 남을 만한 캐릭터로 느껴집니다. 이런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연출의 힘도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좋았습니다. 한의사도 묵직했고 이번 영화로 처음 알게 된 배우인 마르코 역의 강태주 배우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잔악함과 유모를 배합해내는 능력은 박훈정 감독님의 특장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브라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신세계의 정치 같은 인물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정청만큼은 아니지만 낙원의 밤의 마이사 캐릭터도 꽤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박훈정 감독의 연출자로서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단점인데요. 스토리가 용두사미라는 지점입니다. 이것은 사실 박훈정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느꼈던 부분입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어느 지점까지는 좋은 의미에서 당시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잡히지 않은 채로 몰입도 있게 진행됩니다. 귀공자가 1천만 달러를 받고 깔끔하게 퇴장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실은 귀공자는

선한 사람이었고,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라는 다소 허무한 결론을 플래시백으로 제기하고는 영화를 종료해 버립니다.
이 시퀀스 뿐만이 아니라 영화에서 플래시백이 쓰이는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의사의 가계도에 대한 내막이 드러날 때, 그러니까 윤주가 마르코에게 내가 잡혀 온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입니다. 결국에는 가족 간의 재산 싸움이 그 시발점이었다는 것이 회상이라는 방식으로 맥 빠지게 설명됩니다.사실 이렇게 재산과 결부된 가계도의 문제, 불쌍한 아이들을 위한 설정 모두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그런 익숙함을 귀공자라는 쿨내 진동하는 주인공으로 덮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마르코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를 살릴 수 있는 돈을 구할 수 있었다는 목적 하나로 다른 나라를 구경하고 온 셈이 되는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영화 내내 단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대사 한 줄 부여받지 못한 마르코의 어머니는 악랄하게 말하면 이야기를 위한 도구 정도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한줄평

심파의 잡내를 귀공자의 쿨내로 겨우 잡아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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